2015년 개봉한 영화 '암살'과 2016년의 '밀정'의 영화 스타일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오랜만에 그 감성을 다시 한번 느껴볼 수 있는 영화 '유령'이 개봉했습니다. 영화 '독전'의 감독과 각본을 맡았던 이해영 감독의 신작으로 찾으려는 자와 드러나지 않으려는 자의 초조함과 숨 막히는 감정의 전개가 이번 영화 '유령'에서도 작품의 전반전을 이끌어가는 모습입니다.
영화는 1930년 대 일제강점기 경성을 배경으로 합니다. 항일조직인 '흑색단' 소속의 항일운동가들이 조선총독부의 일원으로 잠입해 스파이 역할을 하며, 항일 운동을 전개할 수 있는 중요한 정보들을 확보해 나가는데요. 이 과정에서 스파이를 색출하려는 신임 총독의 경비대장 다카하라 카이토(박해수)가 용의자들을 고립된 곳에 몰아넣습니다. 용의자들의 불안한 감정과 의심을 조장하면서 서서히 용의자들의 감정은 고조되며 영화는 전반부의 마지막 서사를 향해 갑니다.
서서히 용의자들의 존재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폭발한 감정들은 박진감 있는 총기 액션으로 이어지며, 후반부는 일제강점기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부분 마음 속에 있을 울분을 자극하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암살과 밀정의 등장인물들의 감정적 서사에 더 위태롭고 불안하고 연민하게 되는 마음을 느꼈지만, 유령 또한 모자라지 않는 감정의 파도와 액션을 충분히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이솜 배우와 영화 전반에 걸쳐 시대적 암울함과 희망을 상징하며 뿌연 안개 사이로 한줄기 스며든 햇살과 같았던 박차경 역을 맡은 이하늬 배우의 연기가 좋았습니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는 그런 것 같습니다. 각본의 밀도나 세밀한 연출, 배우들의 연기를 떠나 고통 뒤에 누리는 지금의 시절의 감사함의 무거움을 알고 , 그 시절에 처절하게 살아갔던 이름 모를 항일운동가 한 분 한 분의 존재한 대한 기억을 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말입니다.
혹자는 말합니다. 시대가 어느 때인데 아직도 과거의 감정에 얽매여 사느냐고 말입니다. 적절한 합의를 보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그 적절함은 도대체 누가 정하는 것일까요?
존재할 수 있는 감사함에 대한 무거움을 아는 것, 누군가는 나라를 팔았고 누군가는 포기했음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앞이 보이지 않는 뿌연 안개 속에서도 앞을 향해 걸어갔다는 것. 그 순간의 아픔과 불안, 용기를 다시 한번 영화 '유령'을 보며 기억해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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