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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비행기로 15시간은 가야 하는 곳,
벨기에.
영화는 그 먼 땅에서
탈북자 로기완이 난민 신청을 하고
거주를 허가받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사랑과 연민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간다.
영화에서 로기완의 어머니가 이런 말을 한다.
"좋은 땅에 가서, 네 이름 갖고 살라."
내가 머무는 땅을 떠나
이민을 가고 공부를 하고
여행을 떠나는 일들이 관심인 세상에서
내가 머무는 곳에 대해 잠시 생각하게 된다.
태어나 보니 살아야 하는, 살게되는 곳.
낯선 풍경, 낯선 냄새라고는 없는
지독히도 익숙한 곳.
흰 쌀밥과 된장찌개 같은 곳.
긴 여행에서 돌아와
인천공항 버스 플랫폼에서 들리는 익숙한 말들.
캐리어를 현관에 던져두고
다리 쭉 뻗고 거실 바닥에 대자로 누웠을 때
"집이 제일 좋다."라는 안도감.
고된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와 옷을 갈아입고
입 안 가득 따듯하게 들어오는
밥 한 숟가락이 주는 그 안락함.
우리가 떠날 일에 대해서 생각한다는 건
이렇게 다시 머물 곳이 있음을 알기 때문이 아닐까?
머무는 일들에 대해,
그동안 머무를 수 있었던 날들에 대해
새삼 감사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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