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저지른 삶의 희극 만찬.
인간의 오래된 도구, 사랑으로 나는 당신을 기꺼이 타자가 아닌 나로서 공감할 수 있을까요?
미키17을 보고 왔습니다. 미키는 기적과 같은 휴먼 프린팅 기술로 슬프고 고독한, 탄생과 죽음의 경험을 반복합니다. 미키의 탄생은 대수롭고 그래서 죽음도 경건하거나 무겁지 않습니다. 너무 비관적이지도, 낙관적이지도 않은, 태연히 흘러나오는 음악에 마음이 무거워졌고, 영화 초반부터 눈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미래의 이야기지만 미키의 이야기는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네요.
지구에서 가장 지능이 높은 생명체가 인간이라 하지만 가장 오류를 범하기 쉬운 존재이기도 하다는 걸 새삼 다시 느낍니다. 고도의 생각을 할 수 있고 다양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건 그 결과가 한없이 고귀할 수도, 한없이 초라해질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초라한 선택과 결정에 미키는 오늘도 새로운 죽음을 맞고 미키를 통해 얻은 정착할 행성에 대한 새로운 정보만이 사람들의 관심사로 남을 뿐입니다.
이런 미키에게도 미키만을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나를 위해 이성을 잃을 사람"
미키의 탄생과 죽음을 쉽게 지나치지 않는 사람.
미키의 존재를 추억하고 기다리는 사람.
같이 웃고 함께 눈물을 흘리는 존재.
나샤.
나샤의 사랑이 있어 미키는 그렇게 애써 담담히 태어나고 살아냈는지도 모릅니다.
거대한 우주선 안에 미키를 사랑해 주는 존재가 나샤가 유일한 것과 달리 니플하임 행성의 원주민들은 루코, 조코라는 아이를 같이 기억하고 사랑하고 함께 지키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상반된 모습에 제가 공감하는 사람과 공감하지 않는 사람, 때론 상황에 따라 편의대로 이기적인 선택을 하며 철저히 타자화를 했던 다른 생명체들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됩니다.
인간은 어쩌다 이렇게까지 멀리 왔을까요?
맛에 대한 갈구와 우월에 대한 도취의 끝은 무엇일까요?
돌아보는 일과 되돌아가는 길이 우리 인간에게 아직은 있다는 희망을 영화는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 길의 어느 갈림길에서 우리는 또 다투고 서로를 비난하겠지요.
이런 저런 생각이 생각을 따라 탄생과 죽음을 반복하는 하루입니다.
미키처럼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도, 하루하루 프린트되는 같은 기억을 가진 다른 존재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디 조금 늦었더라도
당신의 17이 사랑받길,
누군가의 17도 기꺼이 사랑해 주길 바랍니다.
그나저나 우리 귀여운 크리퍼 인형은 언제 살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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