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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인생해답노트3

소중한 것, 소중히 대하는 일들에 대해 일주일 만에 책상 앞에 차분히 앉아있다. 지난주 화요일 솜이가 수술을 한 이후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솜이는 올해 사람 나이로 칠십 대 정도 되는 13살 우리 집 반려견이다. 배를 절개하고 유선종양을 적출하는 솜이의 고통을 나눠가질 순 없지만, 그 고통을 이해하려는 마음만으로도 일상은 제법 무거워졌다. 몸은 집에 돌아와도 불안하고 걱정스러운 마음은 돌아갈 집이 없었다. 무엇을 소중히 대하는 일에 대해 생각했다. 소중한 것은 조심스럽고, 그래서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무게가 실린다. 천천히, 그리고 살며시 어루만지고 쓰다듬고 안아주게 된다. 살면서 나는 무엇을 소중하게 대했을까? 삶의 어떤 존재들이 내 마음에 소중히 들어왔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본다. 소중한 것이 없는 삶은 척박한 땅과 같기에. 2.. 2024. 3. 12.
"잘했네 장모님, 오늘도 고생하셨어!" "잘했네 장모님, 오늘도 고생하셨어!" 요즘 내가 장모님께 자주 하는 말이다. 점심을 먹으며 장모님은 아내와 나에게 오전에 읽은 책, 뉴스, 드라마에 대해 메모하고 설명을 해준다. 재활 연습이다. 글씨는 삐뚤빼뚤 알아보기 어렵고, 메모는 해두었지만 무슨 얘기였는지 이해 못 한 것들도 많지만, 나날이 나아지고 있는 모습이다. "가만있어 봐, 가만있어 봐." 손사래를 치며 뭔가를 기억해 내어 말하는 일은 장모님 머리에 아주 곤혹스러운 일이다. 장모님 말마따나 머리가 빠개질 것 같은 일이지만, 우리 셋 모두 요즘 이 시간들을 귀하게 여기고 있다. 뇌경색 증상이 보여 장모님을 급히 응급실로 모시고 갔을 때만 해도 나는 장모님이 어린아이가 되어올 줄 몰랐었다. 밥 먹고 TV 보는 거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도, 하.. 2024. 2. 25.
같이 우는 연습을 해보자. 첫 회사를 다니던 어느 날,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스러지듯 침대 옆에 앉아 몇 시간이고 울었던 적이 있다. 지금이면, '왜 울게 되었을까?' 이유라도 천천히 생각해 보려 했겠지만,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건 눈물에 눈물을 포개가며 서럽게 우는 일뿐이었다. 하루에 수만 명의 사람들이 오가는 공항에서, 여럿 동료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난 왜 그때 혼자 울기를 선택했을까? 난 어린 시절부터 누구에게 고민 상담을 한 적이 별로 없다. 주로 이야기를 들어주는 쪽이었고, 고민을 설사 꺼내 놓는다고 해도 말하기 전에 고민의 크기와 상대의 반응에 대한 걱정? 염려? 등등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결국 입을 닫곤 했다. 이런 탓에 엄마 아빠의 이혼에 대해서도 성인이 되어서야 친구들에게 꺼내놓을 수 있었다. (다.. 2024.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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